나의 이야기 272

칸나

양재천에 너구리가 터를 잡은 지가 쾌 댓 지요 양재천을 열 바퀴 도는 100km울트라 마라톤 대회 저녁 6시에 출발해서 아침 9시까지 달리는 대회예요 저녁 산책을 나온 사람들이 거의 들어가고 12시쯤 되면 눈이 반짝반짝하는 너구리들이 떼로 출몰해요 사람들을 만나도 도망가지 않고 제 안방처럼 먹이를 찾아 여기저기 헤집고 다니죠. 야생에서 터줏대감으로 자리했죠 원래 사람 친화적인 동물이라네요 둔갑술 설화도 있고 하룻 저녁에 열 마리 이상 만나니 놀랍지요 야생과 콘크리트 도시 어색한 조합이네요 아~, 그꽃 이름이 칸나군요 어릴적 화단에 키가 큰 빨간 꽃이 있었거든요 오래 피기도 했고 요즘 군데군데 붉게 물들이고 있어요 이름이 토종이 아니라 잊고 있었는데 나이들면 빨간색이 좋아진다고 그러지요 누구네 사무실 앞에..

나의 이야기 2021.10.22

달개비

꽹이로 풀을 끓어 밀고 손으로 뽑고 두드리고 대충 정리하고 돌아서면 또 풀이다. 며칠 뒤 날잡아 또 이어지는 제초 작업 한도 끝도 없다 제초제를 쓰면 간단하지만 잡초를 제거 하는데 파란색 앙증 맞은 꽃이 있다 흔하디 흔한 잡초 뽑으려다 “너는 누구니” 달개비 란다 닭의 장풀 이름을 알고 보니 그 또한 꽃이다 상사화 옆에 미국 제비꽃 옆에 한무더기 달개비는 자라게 둔다 멀리서 보면 풀 무더기지만 가까이서 보니 앙증 맞은 꽃이다. 너도 그렇다 꽃이 지고 밥알 모양 알이 배면 소꿉놀이 쌀이 되고... 이름이 없을 때와 이름을 불러 줄 때 대하는게 판이하게 달라진다. 김치 냉장고에 얼마 남지 않은 배추 김치와 김치 국물을 한통으로 옮겨 담으니 얼마나 맛있는지.. 침이 절로 역시나 옛날 땅속 김치광에서 휘이휘이 ..

나의 이야기 2021.10.22

자주꽃방이

새벽 배달 신문을 들고 오복이랑 아침 산책길을 오늘은 제촉하네요 빗방울이 제법 굵어져요 백일홍 나무 꽃 잎이 간밤의 빗 줄기 속에 길이 온통 붉게 물들었고 얼마 남지 않은 능소화 꽃도 꽃길을 걷는 마음 기쁨보다 약간의 아쉬움이 불러줄 누가 있었음 “경란아~~~” 애꿎은 오복이만 불러 제킴니다 이랑 만들어 놓은 곳에 무우씨를 총총이 심노라니 빗줄기가 더 심해지내요 서둘러 마치고 홍초 물에 엷게 타서 한잔 만들고 삶은 감자 몇알 키위 참외와 더불어 탁자에 신문을 펼치고 앉았어요 자주꽃방망이 가끔 보이는데 이름은 오늘 처음 알았네요 꽃이 뭉띠기로 핀다고 방망이레요 누가 그러네요 기적은 하늘을 날거나 물 위를 걷거나 하는게 아니라 땅에서 걸어 다니는 것이라고 어젯밤은 샤워하고 창문 열고 홑이불 덮고 자니 서늘 ..

나의 이야기 2021.10.22

옥잠화

미래촌 행사 중에 걷기 모임이 있어요 정해준 룰에 따르는게 아니라 자기가 룰을 만들고 실행하는거죠 광화문 광장 세종대왕상 앞까지 몇시까지 모이자 이르면 자기집에서 출발. 거리, 시간, 가는 길 등등을 자기가 계산하는 거죠 멀리 있는 사람은 새벽에 출발하기도 하고 성공한 사람은 메달을 줘요 대회 같이 금 은 동메달이 아니고 나무로 된 목(木)메달 자기 성취감을 자기가 만드는 거죠 먼저 온 사람이 뒤에 온 사람에게 걸어주고 그리고 덕담을 나누고 식사 후 헤어집니다 코로나로 당분간 쉬지만 뜻 있는 행사였는데... 앞마당 담벼락을 따라 옥잠화가 꽃을 피웠네요 선녀의 설화 마냥 곱디 곱게 피었어요 예쁘단 표현보다는 곱다는 표현이 어울릴 것 같아요 마치 옛날 어머님들이 장에 가는 날 모시적삼 풀 멕여 곱게 다림질하..

나의 이야기 2021.10.22

귀뚜라미

앗 , 이게 무신일인고 옛 전우의 전언에 비명 소리가... 갑자기 소리가 안들린다니 매일 일만보 걷기 자전거로 대관령 오르기 등등 누구보다 건실하게 몸 관리를 해오던 그였기에 더욱 놀랍다 이 병원 저 병원 다녀도 원인이 없단다 `돌발성 난청` 그래도 워낙 낙천적이고 바지런한 친구라 낙담하지 않고 병원에서도 만보 걷기를 실천하고 있다 인공 와우 삽입이 마지막 선택 방법이라네요 미래촌 모임 중에 `저절로 낫는다`라는 학교가 있어요 본초학에 기초를 두고 자연섭리를 강조하는 한의사 분이 열어가는 학교입니다 이 도 코로나 땜시 모이지 못하지만 뜻있는 모임이죠 저서로 `저절로 낫는다` 동양철학을 바탕으로 선조들의 풍습과 언어에 녹아 있는 질병 예방과 자연보호 사상을 본초학을 공부하는 학도의 시각으로 쓴 책입니다. ..

나의 이야기 2021.10.22

모싯대

`햇 비둘기 재를 못 넘는다`는 말이 있죠 마라톤에 입문해서 3개월을 버티면 일년 가고 일년을 넘기면 3년 가고 3년차 슬럼프를 넘기면 롱런합니다. “나 같은 사람도 마라톤을 할 수 있을까요 ?” “그럼요 누구나 다 할 수 있지요” “기록이 어떻게 되세요 ?” “4시간 반인데요” “에게게” 세계 신기록만 접하다 보니 눈에 차지 않는 기록을 놀린다 한번 도전해 보세요 아구 나는 허리가,무릎이,혈압 때문에 가지가지 변명울 늘어 놓는다.. 3개월 안에 90%가 포기 하죠 집안에 있는 운동 기구는 빨래 건조대가 되기 일쑤고 산행시에 요즘 자주 만나는게 모싯대죠 요즘 더러 만남니다 청사초롱 초롱을 줄줄이 달고 있는 모싯대 나물도 해먹고 꽃이며 뿌리며 새순이며 두루 용도가 많내요 늦여름 가을 초입에 만나는 모싯대 ..

나의 이야기 2021.10.22

자귀풀

인생 2막에 악기 하나 정도 배우고자 하는 이들이 많죠 입문하기 쉬운 악기 중에 국악기는 단소 양악기는 색소폰을 많이들 선호합니다 그러나 막상 시작들 하면 작심 삼일 ..... 손놀림이 , 악보 보는게, 시간 내는게, 장소의 제약, 등등 마음대로 안풀리죠 이런저런 이유로 차일 피일 미루다 보면 포기 일년 안에 그만 두는 비율이 90% 악기는 집안 장식품으로 전락합니다. 독기를 품고 타고난 재주는 없으나 열심히 하는 친구들 보면 대단합니다.... 박수를 보내줘야합니다. 여의천변을 따라 쬐끄만 노란 꽃이 피었어요 `자귀풀` 자귀나무와 같이 생겼다고 `자귀풀`이래요 밤에는 잎이 쌍쌍이 닫고 오늘 신문 기사에 중국에서1500년전 유골이 발견 되었는데 포옹을 하고 반지까지 낀 유골이라지요 얼마나 사랑했으면 죽음까..

나의 이야기 2021.10.22

박주가리

태풍 `오마이스`의 영향으로 종일 비가 오락가락하네요 오복이는 밖에 나가자고 옆에서 졸라 제키고 자세히 설명을 해준다 `오복아 이렇게 비가 와서 밖엔 못나가` 배란다에서 비를 맞혀주며 열심히 설명을 해준다 그래도 빤히 쳐다보며 나가자는 눈치다. 이깐 비가지고 간다 못간다 하느냐고.... 한반도 횡단 마라톤을 3~4일간 달리고 온후 누군가 묻되요 그 긴 시간 무슨 생각을 하냐고... 사실 아무 생각도 안나지만 유식하게 말하죠 `마음을 비운다`고 육교를 오르는데 육교를 감싸고 오르는 덩굴이 있어요 향기도 품고 꽃이 시선을 확 잡아 넌 누구니 ? 박쪼가리레요 젊잖게 표현해서 박조가리 새박덩굴이라기도 하고 지금은 꽃이 향기를 뿜고 있지만 곧 박을 열어서 쪼가리로 터지면 민들레 마냥 홀씨를 흩날리겠죠 그홀씨 속에..

나의 이야기 2021.10.22

수크렁

토요일 마다 모여서 달리는 코스가 몇 군데 있지요 영동1교에서 6교를 지나 돌아오는 코스 한강까지 갔다 오는 코스 과천 운동장까지 갔다오는 코스 무더운 여름철은 시민의 숲을 거니는 코스 주 코스는 과천 코스인데 양재천 상류죠 그 뚝방에 하늘하늘 강아지풀이 1키로 정도 군락을 이루고 있어요 저녁 가을 햇살에 반사 되는 그 광경은 환상이죠 슬그머니 꽁무니를 빼서 그풀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다 돌아오는 일행과 보조를 맞춥니다. 그 풀이 수크렁이라는 것은 나중에 알았죠 `강아지풀` `수크렁` `암크렁` 결초보은 풀을 묶기에 딱 좋네요 인연이라는 말을 생각게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엔 연(緣)이라는게 있지요 한 공간에 같이 살면서 때로는 악연으로 때로는 필연으로 끊임없이 얼키고 설키며 살아갑니다. 옷깃만 스쳐도 인..

나의 이야기 2021.10.22

너도 밤나무

`똑똑` 누가 노크합니다 이리저리 둘러 봐도 아무도 없어요 다시 `똑똑` 노크합니다. 또 찾아 봐도 아무도 없어요 출발하려는데 `우당탕` 천둥 소리가 들립니다 차량 지붕을 세차게 두드립니다. 밤알이 떨어지며 지붕을 때리는 소리였습니다. 정확히 얘기 하면 밤 같이 생긴게 떨어지며 나는 소리 였습니다. 다시 보니 본마을 복지센타,양재역 7번 출구,매헌역 부근에 가로수로 많네요. 꽃이 멀리서 보면 컵을 쒸어 놓은 것 같아 특이합니다 이제 영글어 떨어집니다. 밤 같지만 맛은 떫어 먹지 못합니다. 제주도에 가면 가로수로 귤 같은게 있어 비바람에 떨어진걸 먹어 볼려니 시어서 못 먹는거 같은 .... 너도 밤나무 이곳 저곳 많이 심어져 있군요 너도 밤나무 너도 양지꽃 너도 바람꽃 나도 밤나무 나도 양지꽃 나도 바람꽃..

나의 이야기 2021.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