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천에 너구리가 터를 잡은 지가 쾌 댓 지요
양재천을 열 바퀴 도는 100km울트라 마라톤 대회
저녁 6시에 출발해서 아침 9시까지 달리는 대회예요
저녁 산책을 나온 사람들이 거의 들어가고
12시쯤 되면 눈이 반짝반짝하는 너구리들이 떼로 출몰해요
사람들을 만나도 도망가지 않고 제 안방처럼 먹이를 찾아
여기저기 헤집고 다니죠.
야생에서 터줏대감으로 자리했죠
원래 사람 친화적인 동물이라네요
둔갑술 설화도 있고
하룻 저녁에 열 마리 이상 만나니 놀랍지요
야생과 콘크리트 도시
어색한 조합이네요
아~, 그꽃 이름이 칸나군요
어릴적 화단에 키가 큰 빨간 꽃이 있었거든요
오래 피기도 했고
요즘 군데군데 붉게 물들이고 있어요
이름이 토종이 아니라 잊고 있었는데
나이들면 빨간색이 좋아진다고 그러지요
누구네 사무실 앞에 줄지어선 화분에
남천이 붉게 물들 준비를 하고
빨간 하와이 무궁화가
여인네 입술 마냥 소담스럽게 두송이 피어있어요
분갈이 하는 여인네는 무슨 생각을 할까
젊은 날의 나를 회상???
불게 물든 노을이 더 예쁘 보이고
빨간 쉐타에 레깅스 입은 여인네가 눈길을 빼았고
화장대 앞에선 여인네는 빨간 립스틱을 발랐다 지우고
마음은 청춘이죠
건배사로 `청바지`를 외치곤 하죠
청춘은 바로 지금
애써 나이를 지우려는 발버둥.....
나는 주로
`빈잔의 여백`을 `위하여`를 주로 외치죠
채워야 할 빈 공간
여유와 낭만으로 채워지길 바라며
오늘 대체 공휴일로 쉬는 날이라
풀 뽑고
감나무 가지치고
복합 비료 뿌리고
이랑 만들어
무 심을 준비를 마쳤어요
한 이웃이
맥주며 냉면을
또 한 이웃은
냉커피를
오랜만에 한 잔 했더니
얼굴이 화끈하네요
알딸딸 하니
“너가 누구니? ”
2021.08.16
노란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