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기나무꽃`
조를 튀겨 놓은 것 같은 `조팝나무`
쌀을 튀겨 놓은 것 같은 `이팝나무`
국수 닮은 `국수나무`
밥풀티기를 닮은 `박태기나무`
다들 보릿고개 시절
모든 게 먹을 거로 보이던 시절 이름이다.
앙상한 줄기에 다닥다닥 붙어 다투어 피는 홍자색 꽃
조경수로 울타리에 많이들 보인다.
상속 문제로 다투는 형제들에 실망해 시들다 다시 뭉치자 되살아 났다는 형제 우애의 설화가 깃든 꽃
예수를 판 유다의 핏빛 설화가 깃든 꽃
북녘에서는 구슬꽃으로 불리기도
박완서의 `친절한 복희씨`에 나오는 꽃
박완서의 표현
소설은 지금은 중풍으로 반신불수인 남편을 돌보는 할머니 이야기다. 할머니는 꽃다운 열아홉에 상경해 시장 가게에서 일하다 홀아비 주인아저씨와 원하지 않는 결혼을 했다. 그런 할머니에게는 가게에서 식모처럼 일할 때, 가게 군식구 중 한 명인 대학생이 자신의 거친 손등을 보고 글리세린을 발라줄 때 느낀 떨림의 기억이 있다.
'나는 내 몸이 한 그루의 박태기나무가 된 것 같았다. 봄날 느닷없이 딱딱한 가장귀에서 꽃자루도 없이 직접 진홍색 요요한 꽃을 뿜어내는 박태기나무. 내 얼굴은 이미 박태기꽃 빛깔이 되어 있을 거였다. 나는 내 몸에 그런 황홀한 감각이 숨어 있을 줄은 몰랐다. 이를 어쩌지. 그러나 박태기나무가 꽃피는 걸 누가 제어할 수 있단 말인가. 나의 떨림을 감지한 대학생은 당황한 듯 내 손을 뿌리쳤다.‘
작가의 표현력에 감탄을 금할 수 없다.
아직은 아침 저녁으로 쌀쌀한 날씹니다.
튼 손에, 튼 마음에 동동 구루무 글리세린을 발라줄
누구를 그려봅니다.
너의 봄이 되어 줄게.....
2022.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