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농부가 농사를 지으니
쑥갓이 꽃 피우고
감자 꽃 피우고
아욱 꽃 피우고
방풍나물 꽃 피우고
하다하다
쑥갓도 화초로 분류해야한다고 우기고
까마중이라고 아세요
새카만 열맨대
어릴적 다르게 부른 것 같기도 하고
까막사리?
꺼먹사리?
수돗물 먹으니 까마중이라고 하자..
이 녀석이 허락도 없이 빈 화분에서
제가 주인인양 떡 자리하고 있네요
난이 자리한 곳인데
난은 말라죽고
이 녀석은 멀리 야생에 자라지 않고
사람이 사는 부근 공터에 꼭 자라드라구요
누가 심지도 반기지도 않는데도
사람이 그리운가
전생에 누군가가 환생했는지...
배고픈 시절 간식거리로
별로 맛은 없었지만
농익으면 그런데로 먹을 만 했죠
먹기보다
바람 불어 공놀이를 하곤 했죠
밀 대궁이나 보리 대궁 끝을 나팔 모양으로 잘라
까마중을 놓고
밑에서 입으로 바람불어 올리고 내리고
데굴데굴 뱅글뱅글 오르락 내리락
장난감이 뭔지도 모르는 시절
즐거운 놀이감이었죠
그래, 너도 그곳에서 보살핌 받는 화초로 자리해라
세월이 흘러흘러
너도 이제 잊혀지는 잡초가 되어가는구나
우리네 처럼
한때는 먹거리로
레고 장난감으로
한때를 풍미했지만
아무도 거들떠 보지않는구나
까마중아 슬프마라
잡초 인생 2막 화려한 막이 올랐다.
허약한 사람들이
너를 약초로 찾는구나
질경이 있지
그녀석도 한때는
냉이,달래,쑥 같이
된장,참기름 양념해서 밥상위에 올라오는
같은 반열에 있었지만
이제는 흔하디 흔한 잡초로 전락했지
밟히고 밟혀도 그래도 질긴 생 질경이잖니
질경이도 약초래....
추억이 있고
사연이 있는 너를 보니 반갑고
모르드라도 인연을 맺고
연을 이어가면
의미있는 즐거움 아니겠니.
오늘도 파이팅
방가방가.
자언이를 조그마케 만들어
불대 위에 올려 놓고
이리 데굴 저리 데굴 굴릴까...
2021.0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