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사스러워라
세마디 글이 이제 갓 네마디로 늘이기가
시작 되었는디
에고...
어제 나들이에 화려한 조명을 받는
장미원 핑크뮬리원 코스모스원 등등도 있지만
한 쪽 길가 너도나도 보지 않고 가꾸지도 않은 곳에
핑크보라색 치마를 두르고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꽃이 있네요
`싸리꽃`
울타리를 만들고
가구를 만들고
빗자루를 만들고 하는
그런데 이상하죠
줄기가 아닌
꽃으로 보니까
그 꽃이 너무너무 예쁜거예요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예쁘다
그러네요
싸리나무 회초리
아버지의 회초리
어머니의 회초리
선생님의 회초리
개구리 잡을 때 써는 회초리
옛날 개구리 잡아서 줄에 꿰어
양계장 집에 팔아 용돈 벌던 시절도 있었지요
지게 바도 만들고
대나무가 귀하니
채반, 바구니, 소쿠리 등등도 만들고
싸릿문 울타리도 만들고
군 시절 야외 훈련 갔다가 올때는
늘 상 싸릿대를 꺽어 왔죠
칡넝쿨과 같이
빗자루 만들어 겨우네 쓰고
인근 동네 경로당이나 마을회관에 기증도 하고
이제는 빗자루, 싸릿문이 아닌
싸리꽃으로 봐야겠다
세줄하니
일본시 하이쿠 생각이 나네요
짫은시 형식을 빌어
세련 되고
의식 있는 예술로 승화 시켜
세계화에 성공한 하이쿠
한줄의 시에
찰라와 우주를 담고
해학과 자연을 노래하는 하이쿠
`봄에 피는 꽃들은
겨울 눈꽃의
답장`
`옛날에 내가 떠난 집
아직도 그곳에
벚꽃이 피겠지`
`꽃잎 하나가 떨어지네
어, 다시 올라가네
나비였네`
`누구를 부르는 걸까
저 뻐꾸기는
여태 혼자 사는줄 알았는데`
`너무 울어
텅 비어버렸는가
이 매미 허물은`
나는 오늘 무엇을 노래할까 ???
2021.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