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가막살나무

채희성 2022. 5. 13. 11:06

`가막살나무`

 

이른 아침 오복이와 산책하고

채마밭에 물주는 일상으로

하루를 시작 합니다.

 

이웃들이 서로 커피를 권하고

 

덥지도 춥지도 안은 연초록 담쟁이 덩굴이

눈을 맑게 만듭니다

 

숲이 많아서 아파트 단지 이름들이 포레스타()입니다

 

테라스에 나와

물호스로 먼지를 쓸어내고

신문을 펼치며

녹차 주전자를 기울입니다.

*

*

가막살 나무

나무껍질이나 가지가 검은나무라는 의미로

가막살나무라 한다고도 하고

 

9~10월에 빨간열매가 열리는데

까마귀가 이 열매를 즐겨먹어 가막살나무라

한다고도 합니다

 

실제 가지를 보니 검은색을 띠네요

 

덜꿩나무와 비슷하고

꽃말이 `사랑은 죽음보다 강하다`랍니다.

꽃과 열매가 예뻐서 울타리 조경수로

선택 받을 만 하지만 아직은 별로 보이지 않네요

 

역시나 꽃들은 왜이리 슬픈 사연들로 엮이는지....

 

가막살 나무에 얽힌 슬픈 전설입니다.

 

옛날 어느 깊은 산골에 가막골이라는 마을이 있었습니다. 가막골 마을에서 아기가 태어났는데 이름을 '가마'라 지었습니다. 안타깝게도 가마가 세 살 되던 해에 부모님이 나룻배 전복사고롤 돌아가셨습니다. 그래서 가마는 이웃 할머니 집에 잠시 머물러 있다가 먼 마을로 팔려갔고 가마보다 한 살 많은 오빠는 소금장수에게 팔려가게 되었습니다.

 

 

세월이 흘러서 예쁘고 복스러운 처녀로 자라난 가마가 동네 머슴들의 애간장을 녹일 즈음, 이웃집에 새로 들어온 머슴이 유난히도 가마를 좋아했고 가마 또한 싫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 머슴은 주인에게 가마와 결혼을 시켜달라고 청혼을 하게 되었고, 주인은 3년 동안 머슴살이를 해주면 결혼을 시켜주겠다고 약속하였습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3년이 흘러 드디어 두 사람은 결혼을 하게 되었고, 해마다 아이를 하나씩 낳으며 행복한 나날을 보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허리가 몹시 굽은 할머니가 가마네 집에 하룻밤 묵어가기를 청했습니다. 밤이 깊도록 가마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할머니는 가마에게 가마의 과거사를 들려주게 됩니다.

 

 

"세 살 먹어서 이 마을로 왔다면 틀림없이 우리 가막골에서 태어났을 거야. 내가 며칠 동안 데리고 있다가 팔려간걸. 그때 한 살 더 먹은 오빠가 있었는데 그 아이 역시 어디론가 팔려가버리고 말았지... 쯧쯧.."

 

 

할머니의 말을 들은 가마는 날이 밝기가 무섭게 가막골로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온종일 동네 어른들을 찾아다니며 옛날 자기 집에 대해 낱낱이 듣게 되었는데, 무엇보다도 가마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던 것은 세상 어디선가 한 점 혈육인 오빠가 살아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 때문이었습니다.

 

 

동네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오빠는 자기보다 한 살이 더 많고, 오른쪽 귀가 왼쪽보다 조금 크다는 것과 등에 일곱 개의 점이 박혀있다고 해서 이름을 칠성이라고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순간 가마는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습니다. 이러한 특징 모두가 현재 자기의 남편과 너무도 흡사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등에 박힌 일곱 개의 점은 움직일 수 없는 단서였지만 그래도 남편의 이름이 칠성이가 아니라는 사실에 안도의 숨을 내쉬었습니다.

 

 

집에 돌아온 가마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남편에게 물어보았습니다. "당신 혹시 칠성이라는 이름을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 "아니 당신이 어떻게 그것을 알지? 칠성이는 내가 다섯 살 때까지 썼던 이름인데..." 청천벽력을 맞은 듯 가마는 몸을 제대로 가눌 수가 없었습니다. '가장 사랑하는 남편이 하나밖에 없는 내 오빠라니... 오빠를 찾은 반가움보다 이 천륜을 어떻게 해야 할지..'

 

 

남편 아니 오빠에게 사실을 말하자니 천륜을 어긴 사실에 그 역시 번민으로 고통스러워할 것은 뻔한 일이고, 세상 사람들이 손가락질할 것은 보지 않아도 뻔한 일이었습니다. 결국 가마는 시름시름 앓게 되었고 식음을 전폐한 채 자리에 눕게 되었습니다. 그토록 단란하던 가정은 졸지에 초상집으로 변해버렸습니다.

 

 

"내가 죽거든 이 몸을 가막골에 묻어 주오"라는 말을 남긴 채 가마는 세상을 뜨고 말았습니다. 이듬해 가마의 무덤에서 한 그루의 나무가 자라났습니다. 그 나무에는 가마가 행복했었던 날과 같이 가지마다 환한 꽃송이가 피어났고,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가슴에 묻은 천륜의 아픔같이 붉은 열매가 방울방울 열렸습니다. 그 후 사람들은 이 나무를 가막골 '가마'의 무덤에서 자라난 나무라 하여 가막살 나무라고 하였습니다.

 

2022.05.13.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말채나무  (0) 2022.05.17
백당나무  (0) 2022.05.15
산사나무  (0) 2022.05.11
국수나무  (0) 2022.05.09
층층나무  (0) 2022.0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