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댁호

채희성 2021. 10. 23. 20:23

영동댁

옛날 우리집은
함령댁이라 불리우죠
함창에서 시집 오셨다고
함창댁이라 해야 하지만 이미 함창댁이 있어서
함령댁이다 아버지는 함령어른

옛날엔 집집마다 댁호가 있었지요
새댁에서 출발해서
남편 성을 따서 김실이 홍실이 ...
어느댁 며느리에서
누구네 엄마로
정식으로 그 마을에 뿌리를 내리고
마을의 주 구성원으로 인정을 받으면
머리 올리듯이
상주댁,이안댁,영동댁,석봉댁, 파주댁,,,,,,,

댁호를 부여 받았다는 것은
그 마을에 뿌리를 내린 정식 어른으로 등장 했다는
상징적 의미죠

도시화 속에 점차 사라져가는 아쉬움이 있네요
농경 사회의 지역명이
산업화따라
은행장댁,면장댁,조합장댁,슈퍼댁,장군댁이 되기도 하고
삼성댁,현대댁도 나올려나
어머니께서 결혼 예물로 가져오신게 책입니다.
그 당시엔 출판된 책이 귀해 필사해서 가져오셨죠.
홍길동뎐,임경업뎐,허생뎐, 장화홍련뎐 등등 .
뛰어쓰기도 없고 글자가 쭉 이어져서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었지만 어렸을 적에도 상당히 고귀한 것이라는 것은 짐작이 갔지요.
아깝게도 집을 헐기전 그 책을 온 다락방을 다 뒤져도 찾지못해 못내 아쉬운 마음 금할 수 없습니다.

날씨가 덥네요
오이냉국, 옥수수, 노릇노릇 익은 감자, 모기불과
어머니가 많이 생각나네요
희끗흐끗한 머리, 수건으로 질끈 둘러매고
채마밭에 아직도 서 계신 것 같아
눈시울이 아리하고
콧잔등이 시큰해오네요.

더운 계절 어머니가 더 그립습니다.

 

2021.07.01

 

주암정
경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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