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역 아래쪽에 일동제약 사거리라는 곳이 있어요
늘 거러하지만
어느날 갑자기 뵈지 안튼
꽃무릇이 활짝 피어 있어요
아니
언제
피었나
짙은 빨강색으로 두팔 벌린 모습의
조금은 애처로운 듯
하늘을 향한 몸부림치는 꽃무릇
양지 바른 대로변에 꽃무릇이라
발상을 한 이가 돋 보인다
정수네 앞마당에도 만개한 꽃무릇
선운사
불갑사
영광사 등등 꽃무릇 천국으로
유명한 곳도 있지만
가까운 길상사나
분당 중앙 공원으로 나들이 가야겠다
*
*
길상사
대원각이라는 요정을 하던
김영한님이 수천억대의 요정을
법정 스님에게 시주하며 절로 만들어 달라고 간청하여
만들어진 길상사
또한 김영한님과 천재 시인 백석의 러브스토리
그와 연계된 붉디 붉은 꽃무릇
훨 감상에 젖게하네요
한송이 한송이
허투루 볼 수 없게 만듭니다.
꽃 잎 하나
수술하나 자세히 봐야겠습니다
나에게 무슨 말을 할지
나는 뭐라 답할까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 멀었습니다.
-님의 침묵 중에서
아름다운 꽃에는 왜 그리 이루어지지 않은
슬픈 사연들이 많을까요
상사화나
꽃무릇은 더더욱
상사화는 잎이 피었다가 지고
꽃이 피고
꽃무릇은 꽃이 피었다가 지고
잎이 피고
굴곡진 근현대사에
개인의 파란만장한 삶의 여정을 살다간
김영한님
이 또한 꽃무릇과 많이 닮았네요
나는
길상사에서
부처를 볼까
대원각 요정의 아가씨를 볼까
에고
요즘 유행하는
MZ세대의 핫한 타이즈 속 엉덩이만 보이네
2021.0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