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설모가 도로를 가로질러 가다서다 가다서다
눈치를 본다
입에는 뭔가 잔득 물고서
가도오도 못하고 머뭇머뭇
아마 새끼들 저녁 밥인 모양
그래 얼른 가거라 내가 멈출게...
추석 음식이 과했나
배가 불러 식식 거립니다.
큰집에 모이지는 못하고
이번에도 각자 집에서 차례를 지내는 걸로
우리는 삼겹살 파티
다섯 식구 모여서
비를 피해 이리 갔다 저리 갔다를 반복하면서
늘 남은 음식이 문제
“조금 남은거라도 버리지 마라
그대로 냉장고에 넣어 둬라“
다 쓰레기통에 버리는거 같아
미리 얘기해 둔다
식당에서도 반찬까지 조금도 남기지 않는다.
상차림한 사람의 정성을 생각해서라도 다 먹어야지...
한가위 떠들썩하니
한바탕 바람이 몰아치고
조용해졌네요
*
*
우리 야생화 중에
며느리 밑씻개 꽃이 있지요
넝쿨에 가시가 있어서 시어미 투정으로 며느리 구박할려고
빗대어 이름을 붙인 꽃
며느리 밥풀이라는 꽃도 있어요
꽃에 밥알이 붙어 있는양 생겨서 붙인 이름인데
찢어지게 가난한 시절의 밥알 하나에 담긴 설화도 있고
며느리 배꼽이라는 꽃도 있군요
미운 며느리 배꼽 닮았다고 붙인 이름이라네요
닮은꼴 꽃으로 고마리라는 꽃도 있구요
고만나와라 고만나와라 해도 끝없이 자란다고
고만 고만하다가..고마리
예전엔 시애미와 며느리의 관계가 왜그리 순탄치 않은지
요즘은 상상도 못하는 얘기지만
우리네 민초들의 삶의 험로가
꽃이름에까지 영향을 미쳤겠지요
단군이래 배고픔을 면한시기가 얼마전이라죠
삼시새끼 밥만 먹어도 지구상에서 상류층에
속한다고 그러내요
말의 꽃이 시(詩)라면
자연의 시는 꽃이라죠
자연의 꽃과 인간의 꽃
모든 꽃은 홀로 고요하게 저마다의 폼으로 존재합니다.
그러한 어름다운 꽃과의 만남은
땅과 하늘이 연결 되어
세상 만물이 소통하는 비밀스러운 순간입니다.
들리나요
귀기울여 보세요
바람이 전하는
꽃의 얘기를 ..
뭐라
뭐라
뭐라
2021.09.22
고마리
고마리
고마리
고마리
며느리 밥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