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파의 정치철학 "문재인만 아니면 된다" 수준에 그치면 안 돼
무엇보다 자유를 최상위에 둬야 하는데 확고한 믿음 있는가
좌파는 이렇게 혼란스럽지 않다. 미국 대사관 앞에서 항의 팻말을 들고 조용히 서 있거나, 큰 소리로 마이크에 대고 소리치거나, 정부 관료가 돼 반(反)기업 정책을 도입할 때나 우린 그 밑에 깔린 생각이 무엇인지 대부분 알고 있다. 온건 또는 강경 좌파 모두 정의와 평등을 다른 가치보다 우선시한다. 그들은 정부의 의무가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시민권을 보호하고, 가난한 자들을 돕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게 좌파가 필요한 이유다. 그렇다면 우파의 가치는 무엇인가? 그들의 정치 철학은 단순히 "문재인만 아니면 된다"일까? 아니면 더 설득력 있고 의미 있는 게 있을까? 다른 민주주의 국가에서 보수 진영은 개인의 자유, 책임, 자유 시장에 대한 굳건한 믿음 등에서 진보 진영과 구별된다. 보수 진영은 시민들이 개인적 목표를 추구하는 데 필요한 자유를 지키는 것이 정부의 근본적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이게 우파가 필요한 이유다.
민주주의에서 좌파와 우파는 모두 자유와 권리, 법치주의, 투명하고 효율적인 정부, 그리고 시장에 대한 믿음을 공유하고 있다. 철학적으로 그들을 구별하는 것은 우선순위다. 좌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평등'이고 우파에게는 '자유'다.
그렇다면 한국에선 보수 진영과 그들의 정치적 라이벌을 구별시키는 것이 '자유에 대한 믿음'일까? 다른 나라의 보수 진영처럼 '자유'가 핵심 가치인가? 개인의 자유, 종교의 자유,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 결사의 자유, 선택의 자유에 대한 신념이 대한민국을 위대한 나라, 살고 죽을 가치가 있는 나라로 만들고자 하는 비전을 뒷받침하고 있나? 정부의 의무는 시민들이 각자 목표를 추구하도록 자유를 보호하는 것이란 신념을 지니고 있나?
한국의 보수 진영은 자유주의 국가가 아니었던 시기에 뿌리를 두고 있어서 간극이 있다. 보수주의자들은 현대 국가의 기초를 세웠고, 강력한 통제 없이는 그렇게 할 수 없었을 지도 모르기 때문에 그것을 비난할 필요는 없다.
1988년 2월 25일 민주적으로 선출한 첫 대통령인 노태우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독재 시대는 막을 내렸다. 노태우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새로운 민주주의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바른 말들을 많이 했다. "이제 우리는 민주주의의 출발선상에 서 있다. 물량 성장과 안보를 앞세워 자율과 인권을 소홀히 여길 수 있는 시대는 끝났다. 힘으로 억압하거나 밀실의 고문이 통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했다.
나를 냉소적이라고 부를지 모르겠지만, 이런 친민주주의 정서가 노태우 대통령의 진심에서 우러나왔다고 믿지 않는다. 과거 비민주적인 보수 진영은 항상 스스로를 자유민주주의자라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박정희와 다른 지도자들은 민주주의를 이론적으로는 신봉했지만, 국민은 민주주의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들에게 한국은 민주주의를 '기다리는' 나라였다. 요즘도 보수 진영엔 '지나친 자유는 위험하다'는 인식이 남아 있다.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보수 진영이 단식 투쟁을 하고, 거센 시위를 벌이며 입법부를 마비시키는 등 좌파의 낡은 전술을 베끼면서 민주주의를 무시하는 상황이 두렵기 때문이다.
야당이 국가 운영을 더 잘할 수 있을까? 이들이 현재 집권 세력보다 도덕적으로 우위에 있나? 예를 들어 황교안을 '교활한 얼굴을 가진 친일 부역자'라고 묘사한 전단을 뿌린 진보 집단을 경찰이 명예훼손 혐의로 수사하고 있는 문제를 생각해보자. 이때 보수 진영이 분노 대신 유머로 대응했다면 엄청난 지지를 받았을 것이다. 즉 진보 진영이 황 대표를 묘사한 방식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그들이 그렇게 말할 권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