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7월 6일 오후(현지시간) 한·미·일 정상 만찬이 열리는 주함부르크미국총영사관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조선DB |
우리나라 사람들의 묘한 사고방식의 하나가 불가피하게 존재할 수밖에 없고 또 존재해야 하는 개념이나 단어에 대해 유치찬란한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기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미국을 반대하는 논리도 가만 보면 결국 제국 즉 패권을 휘두르는 국가라는 데 집중돼 있다. 미국이 한국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니 한국은 미국의 식민지요 미국이 깡패라는 식이다.
기분나쁠지 모르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분명히 인정해야 할 게 있다.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조건이나 국력, 국제 정세 기타 등등 모든 조건을 고려했을 때 특정 패권에서 완전히 자유롭게 존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얘기이다.
전세계 160여개 국가가 지리적으로 가깝고 먼 것과 무관하게 서로 긴밀하게 관계를 맺고 살아간다. 실은 얼마나 많은 나라와 얼마나 긴밀하게 무역과 정치 경제 군사적 협력을 맺느냐가 그 나라의 국력과 영향력을 재는 척도라고 봐도 무방하다. 즉, 좀더 많은 나라와 다양한 협력 관계를 맺을수록 그 나라는 강대국이고 잘사는 나라라고 봐도 된다. 강대국이고 잘사는 나라일수록 좀더 많은 나라가 그 나라와 거래하려고 손을 내미는 것이다.
특히 한국은 대외 무역이 아니면 단 하루도 국가적 생존을 유지하고 국민들의 삶을 영위하기 어려운 나라이다. 게다가 수도 서울에서 차로 1시간도 안 걸리는 북쪽에는 적화통일을 위해 핵 개발을 비롯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북한이라는 위협이 존재한다.
이런 한국이 미국이 됐건 아니면 다른 나라가 됐건 강대국의 안보 우산, 핵 우산, 경제협력의 우산 아래 들어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선택이다. 한국보다 훨씬 잘살고 국력이 앞선 나라들도 독야청청 나홀로 집에 그런 식의 미친 짓은 하지 않는다. 그럴 수 있는 나라는 없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떤 나라와 긴밀한 관계를 맺느냐가 매우 중요한 선택의 문제가 된다. 즉, 어떤 패권을 선택할 것이냐의 문제라는 것이다.
국가의 존립 그리고 민생의 향상이라는 기준에서 봤을 때 나는 아직까지 미국 이상의 선택지는 없다고 본다. 미국의 온갖 깡패짓과 인권 무시 사례 그리고 별별 소름끼치는 음모론 따위도 많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인정한다고 해도 지구 역사상 미국만큼 다른 나라의 영토와 주권에 대해서 상대적으로 담백(?)한 패권 국가는 아직까지 없었다. 앞으로도 당분간 존재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것은 미국 정부나 국민들이 특별히 천사라서 그런 것이 아니다. 그냥 미국의 지정학적 조건이나 경제력, 역사적 배경 그리고 그 나라를 건설한 정치 이념과 제도의 특징 때문이다. 미국으로서는 다른 나라의 영토나 주권을 탈취해서 얻을 이익보다는 정상적인 무역 등의 협력관계를 통해서 얻는 이익이 더 크기 때문이다.
또한, 기만적이라고 볼 사람도 많겠지만 국제적인 인권에 대한 시민들의 감수성이 현실적으로 미국만큼 뛰어난 나라도 드물다. 즉, 자기 나라 정부의 국제적인 깡패짓에 대해 국가 내부에서 일종의 견제력이 작용하는 나라로 미국만한 경우도 드물다는 얘기이다. 미국보다 시민들의 인권 감수성이 뛰어난 나라들도 있겠지만 그런 나라들은 대개 패권적인 입장과는 거리가 멀다. 별로 중요하지 않은 문제라는 얘기이다.
즉, 지금 상황에서 한국은 명백하게 팍스 아메리카나 외에 다른 선택은 없다. 한국이 독자 행보를 해야 한다는 망상은 일기장에만 쓰기에도 부끄러운 허튼 소리다.
한국의 독자 행보는 인구가 3억쯤 되고, 국민 소득이 5만달러를 넘으며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국가 이념으로 한 통일을 이룬 지 1세기 정도 지나 북한 주민들도 완벽하게 체제 안으로 수용했다는 전제가 없는 한 택도 없는 소리다. 실은 그런 국가적 목표를 추구할 경우야말로 팍스 아메리카나 체제에 잘 적응하는 게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이다.
이것은 고등학교 아니 중학교 교육만 받아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상식이다. 이런 상식조차 이해 못하는 저능아들이 무슨 논객이니 무슨 위원이니 무슨 책의 저자니 하는 온갖 삽질을 해댄다. 지들끼리 추켜세우며 빨아대고 다른 사람들에게 개같은 이빨 드러내며 사상 검증한다고 으르렁대는 꼬락서니가 웃기다 못해 21세기 대한민국의 엽기발랄 풍속도 그 자체다.
미국의 영향력을 거부하기에는 워낙 대중적 설득력이 약하니까 이 자들이 중간 단계로 들고나온 것이 바로 친일 문제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치의 구도에서 미국과 일본 그리고 한국이 긴밀한 동맹관계를 이루고 있다는 것은 너무나 명백한 진실이다. 그 구조에서 가장 취약한 연결고리가 바로 일본에 대한 한국민의 적대감이다. 그 자들은 이 연결고리를 타격해 한미일 동맹관계를 깨트리는 것을 1차적인 과제로 설정하고 있는 것이다.
해방 이후 친일파가 한국을 지배해온 것이 모든 문제의 출발점이라고? 그 얘기는 역설적으로 해방 이후 한국이 이룩한 경제적 성과 등에도 친일파의 기여가 컸다는 주장이라고 받아들여야 하지 않나? 그런 성과의 그늘에 바로 여러가지 문제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친일파가 지배해왔고, 그 대신 북한은 항일 주체세력이 주도해왔다고 치자.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남한과 북한, 체제와 이념 대결의 결과를 아직도 설명해줘야 하나?
일본이 한반도를 식민 지배했고 그것이 우리 민족에게 불행한 역사로 남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인정한다 해도, 해방 이후 한국의 발전에는 미국과 일본의 협력과 지원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지금도 한일 관계가 약해지는 것은 실은 한일 관계를 넘어 한미 관계가 흔들린다는 것과 이음동의어이다. 한국이라는 나라가 존립하는 기본적인 국체의 문제일 수밖에 없다.
한일 관계를 공격하는 것은 실은 한미 동맹관계를 타격하겠다는 의도를 깔고 있고 좀더 나아가 한미일 안보와 경제협력 관계를 근본부터 무너뜨리겠다는 계획의 연장이다. 그리고 이것은 한미일 동맹 대신 중국과 북한 그리고 대한민국을 묶어서 새로운 중화패권을 한반도에 관철시키겠다는 의지의 표현일 수밖에 없다.
분명히 말하는데, 북한은 말할 것도 없고 중국도 절대 팍스 아메리카나를 대체하는 질서가 될 수 없다. 경제력, 군사력, 소프트파워, 국민 수준 그리고 정치 시스템 등등 모든 측면에서 그렇다.
만일 한반도가 중국의 영향력 아래 들어간다면 그것은 근대사를 통해 한국이 간신히 벗어난 그 끔찍하고 잔인한 질서로 복귀한다는 얘기이다. 개인적으로 그쪽이 취향에 더 맞다면 그냥 혼자 또는 가족과 함께 그쪽으로 귀순하라. 하지만 대한민국 국민 전체를 볼모로 삼지는 마라. 그건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민족사적 범죄 행위이다.
친일파를 공격하고 한국의 자주성을 강조하는 무리들이 모두 저렇게 의도적이고 계획적인 행보를 하는 것은 아니다. 걔들은 그런 깜냥도, 지적 수준도 못된다. 그냥 보다 은밀한 조직적 배경이 조종하는대로 손발 그리고 입을 놀릴 뿐이다. 그러니 더 한심하고 구역질이 난다. 머리는 텅빈 채로 그저 시키는대로 놀아나는 허수아비 주제에 사람을 상대로 사상 검증씩이나 하겠다고 설쳐대니...
이런 얘기도 뉴라이트 주장인가? 나는 뉴라이트란 사람들을 거의 본 적이 없고, 그들의 책이라는 것도 별로 읽어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주장이 정말 뉴라이트라면 뉴라이트는 적어도 종북 친중 사대주의 무리보다는 합리적인 판단을 하는 사람들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