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달리기를 하면서 내가 배운 것은 달리기는 신체를 정화시킬 뿐 아니라 머릿속 생각을 명확하게 해준다는 것이다. 나는 달릴 때 가장 폭 넓고 풍부하고 좋은 생각을 할 수 있다." - 본문 15페이지 중 -
달리기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달리기대회가 이미 축제로 자리잡은 지 오래입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가족, 연인, 친구끼리 삼삼오오 모여서 깃발 들고 풍선 들고 달리는 풍경을 어느 대회에서나 볼 수 있고 또 한강변에만 나가도 땀에 흠뻑 젖은 채 달리기 삼매경에 빠져 있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요즈음에도 '사하라 사막달리기'나 '국토횡단 달리기대회' 등 정말로 '미치지' 않으면 할 수 없을 것 같은 대회의 출전을 준비하는 사람들이나 혹은 완주한 사람들의 이야기도 심심찮게 접할 수 있습니다. 새해을 맞이하여 건강을 위해 새로운 발걸음을 시작하는 많은 마라토너들에겐 추위도 그들의 발걸음을 결코 멈출 수는 없을 듯 합니다.
이번 주 소개드릴 책은 이렇듯 달리기를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달리기를 돌아보는 계기를 제공하며 달리기를 모르는 사람들은 달리기의 매력을 새로이 발견하는 계기를 마련해줄 책입니다
이번 주 소개드릴 책의 제목은 '달리기가 가르쳐 준 15가지 삶의 즐거움'입니다. '(The) runner's guide to the meaning of life'란 원제 그대로 달리기에 대한 다양한 의미를 찾아볼 수 있을 것입니다.
15가지나 되는 많은 즐거움을 소개하는 것에도 불구하고 분량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쉬엄쉬엄 읽을 수 있고 마음 먹기에 따라선 하루만에 다 읽어버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은 후의 감흥은 달리기를 주제로 한 어떤 정보서보다도 뛰어나며 왠만한 삶에 관한 교훈서나 명언집으로 읽어도 손색이 없으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달리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많은 장점에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넘어서 각자가 얻게 되는 소중한 의미들을 스스로 하나쯤은 품게 될 것 입니다.
저자인 앰비 버풋은 1968년 보스턴 마라톤 대회 우승자이자 마라톤 잡지 <러너스 월드>의 편집장으로 수년간 일한 달리기 예찬론자입니다. 저자가 반평생 달리기를 하며 성공과 실패, 용기, 겸손, 열정, 전통 등에 대해 깨달은 15가지 삶의 교훈들이 고스란이 담겨 있습니다. 또한 겸손, 존중, 인내 등 달리기를 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지녀야 할 마음가짐에 대해 이야기하고 전설적인 달리기 영웅들에 대한 일화, 명언, 영화, 책, 음악 등을 언급하면서 달리기 속의 철학을 발견하고 있습니다.
첫번째는 '언제나 질주하는 것만이 최선은 아니다. 포기하지 않고 계속 나아가는 한 삶에서도 경주에서도 실패는 없다'라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여 천천히 걷는 모습을 보거나 상상하면 누구나 이상하게 여기지만, 때로는 걷거나 주변 경관을 즐기며 천천히 달리는 것이 자신에게 맡겨진 시간에 충실하는 방법이라는 것을 곧 깨닫게 된다는 것 입니다. 또 워싱턴 산 달리기 대회에 대해서 '이 대회는 아주 쉬운 코스다. 언덕이 하나밖에 없기 때문이다'라는 명한 농담이 있습니다. 물론 이 대회에는 언덕이 하나뿐이지만 출발선에서 결승선까지 계속되는 오르막을 달리는 것이 결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빠른 속도로 질주하는 것만이 다가 아니며 한 발 한 발에 정신을 집중하고 최선을 다하면 결과는 저절로 오게 마련이라는 것을 자연스레 깨닫게 된다는 것 입니다. 두번째는 '신발이 선수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라는 것입니다. 기능이 더 뛰어난 신발을 싣고 실제로 기록이 더 향상된 선수를 본 적이 없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그는 오로지 헌신과 끈기, 열정, 피나는 노력만이 우리가 더 빨리 달릴 수 있게 해준다고 확고한 신념을 믿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달리기를 통해 저자가 얻은 즐거움은 무려 15가지에 달합니다. 달리는 이유, 새로운 시작, 교류, 승리, 전통, 시간, 마음, 패배, 물질주의, 가족, 단순함, 용기, 목표, 아이들, 새해... 물론 달리기를 새로 시작하는 사람이 이 모든 달리기의 매력을 모두 느낄 수는 있지만 달리기를 시작하고자 한 이유와 달리기를 통해 느끼는 작은 감정이라도 뭔가 하나씩은 가슴에 품고 있을겁니다.
달리기나 마라톤이 더없이 격렬한 육체 운동임에 틀림없겠지만 이 책을 읽은 후에는 가장 사색적인 운동이란 사실을 깨닫게 될 것 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