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가을 은행잎

채희성 2021. 11. 7. 09:56

`가을 은행잎`

 

노랗게 노랗게 물들었네

온 세상이 황금으로 변했네

 

피어서 아름다운 것이 있고

져서 아름다운 것이 있구나

 

`아직 거동이 불편하세요 ?`

 

`아직 다리가 안 굽혀져요...`

 

무릎 인공 관절을 한 아랫집 할머니가

바깥 출압이 어려워 집에만 계신다.

빨갛게 노랗게 물든 가을이 다 가는데도

 

내가 가을을 만들어 드려야지..

은행잎 한 푸대

단풍잎 한 푸대를 주워다

집 주위에 골고루 뿌려 가을을 만들었다.

 

할머니 창문만 여세요

가을이 왔어요

무 배추 밭이 노랗고 붉게 변했다

 

`와~~.세상에 `

할머니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핀다.

 

밤새 눈밭이 되듯이

밤새 무 배추밭에 가을이 왔다

 

모든 잎이 꽃이 되는 가을은

두 번째 봄이다. - 알베르 카뮈

 

세월에 물들여 있는 우리들

우리는 무슨 색일까

누군가 즐겨 쓰는 말

 

`늙지 말고 익어가자`

 

예쁘게 익어야지

빨간 감 홍시처럼

 

웃음 짖느라 생긴 주름도 멋지게 살아낸

인생 훈장이지

 

오늘 얼마 안 남은 대봉시도 마저 땄어요

까치밥 몇 알만 남기고

 

이 동네는 유난히 새가 많아요

대문 앞에 길 고양이나

뭇 새들을 위하여 사료를 내놓는 집들이 있어서

 

다가오는 휴일엔

떠나는 가을을 찾아

노랗게 물든 용문사 천년 은행나무를 찾아 가야겠다

 

아내의 건강을 위해 만들었다는

이삼천 그루

홍천 은행나무 밭이 유명하지만

코로나로 출입금지니 아쉽다

 

찾아가는 가을

찾아오는 가을

젊음의 초록을 지우고

노랗고 붉게 채색하고

노랗고 붉게 채색 되어지는 우리들

 

나는 누구에게

화려한 가을이 되어줄까

 

은행닢 몇 개

단풍닢 몇 개

깨끗이 씻어서 탁자 위에 널어놓고

 

담 넘어 까지 멀리 봐도

뵈이는 이 아무도 없네

 

2021.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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