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개암

채희성 2021. 10. 21. 20:12

“내가 낸다니깐~!”
“아녀. 내 차비는 내가 낸단 말이여~!”
“이까짓 버스 요금 얼마라고 내고선 생색이나 내지 마소.”
버스 요금을 서로 내려고 다투시는 분들이 가끔 있다. 과정을 모르면 싸우는지 뜨악하게 보다가 이내 웃곤 한다. 양재역에서 매번 똑같은 시간대에 타신 분이 안타면 무슨 일이 있으시나 안부를 수소문 하곤 한다. 좀 번화한 거리를 벗어나면, 목소리들이 높아진다. 아무래도 선대로부터 살아왔던 정이 있기에 양재역만 지나면 그들의 대화는 옛날 똥장군지던 이야기로 꽃을 피운다. 한마디로 옛정과 예의가 살아있는 시골 버스 양태를 때때로 볼 수 있어 정겹다. 그런가 하면 똑소리 나는 할머니들도 많다. 인도에서 5cm정도만 차문이 멀어도 “왜 바짝 붙여 정차를 못하냐”고 나무라신다. “성질 급한 아줌마들이 보도경계석을 넘나들며 차로 달라 들어 위험해서 그럽니다.” 대꾸하기도 버거울 때가 있다. “예예. 다음부터는 ,,~!” 매사가 조심스럽다.

지난번 서초이야기에 투고한 원고의 일부분입니다

깨금이 다 익었습니다
책 한 권 들고
소 띠끼러 산에 올라가 출출 할 때
간식거리로 따 먹곤 했지요
개암이 표준 말이네요

‘개암’
‘깨금’
‘깨동’이라고도 하고

밤보다 못하다고 개밤
개밤이 개암으로 변했다고 추정하네요
옛 문헌에서는
제사상에 오를 정도로 과일 대접을 받았는데
이제는 추억의 흉년 먹거리로
기억 될뿐입니다.

개암나무는 크게 자라지 않고 땅을 뒤덮죠
땅의 기운을 받아 도깨비도 통제한다고
이해한겁니다

커피의 헤이즐넛이 개암이라는군요
개암 추출물로 헤이즐넛 커피를 만들고

딱딱한 껍질 속의
개암은 밤보다 더한
고소한 맛이 특징입니다.

그러고 보니
헤이즐넛 향이
확 풍겨옵니다.
커피 한 잔 해야겠어요
믹스 커피라도

개암과 도깨비 설화 동화책으로
어린이들과 명맥을 잇고 있습니다.

********************************
전래동화 〈도깨비 방망이〉에는 ‘개암’이라는 열매가 등장합니다. 대강의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착한 동생이 개암 하나를 ‘딱’ 하고 깨물자 그 소리를 들은 도깨비들이 산신령이 노했다며 방망이를 버리고 도망치지요. 동생은 도깨비 방망이를 갖고 집으로 가서 ‘금 나와라 뚝딱’, ‘은 나와라 뚝딱’ 큰 부자가 됩니다. 그 말을 들은 욕심 많은 형이 동생이 했던 대로 도깨비들이 잔치를 벌이고 있을 때, 개암을 깨물었습니다. 그러자 벼르고 있던 도깨비들이 형을 도깨비 방망이를 훔쳐간 도둑이라며 흠씬 두들겨 팹니다.


나는 누군가에게
개암과 같은 고소함과
헤이즐넛과 같은 향을 풍길까...............

2021.09.10

암술과 숫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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