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순응 김순응아트컴퍼니 대표
미국 이민자의 외아들로 태어난 그는 1954년, 21세에 미시간주립대 회계학과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그해에 미시간주 최연소 회계사(CPA)가 된다. 그리고 18세의 에디(Edye Lawson)와 결혼한다. 졸업 후 2년간 회계사 일을 하다 그만두고 장인에게 2만5000달러를 빌려 처사촌과 함께 집장사를 벌여 크게 성공한다. 1964년에는 LA로 옮겨 부동산·금융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71년에는 볼티모어의 영세한 선라이프(Sun Life) 보험회사를 5200만달러에 인수해 1999년에 AIG그룹에 180억달러에 팔아넘겼다. 그가 자선사업에 전념하기 시작한 것은 이때부터다.
모범생이었고 어려서 결혼한 아내와 아직도 해로하고 있을 만큼 철저하게 사회적 규범의 울타리를 벗어나지 않는 브로드가 창의와 모험으로 사업의 바다를 헤엄쳐 세계적 거부의 반열에 오른 것은 그의 좌우명을 보면 이해된다. 그의 아내가 연애할 때 선물했고, 한시도 그의 책상을 떠난 적이 없는 문진(文鎭)에는 "이성적인(reasonable) 사람은 자신을 세상에 맞추지만 비이성적인(unreasonable) 사람은 세상을 자신에게 맞추기 위해 투쟁한다. 그래서 인류의 진보는 비이성적인 사람이 이룩한다"는 철학자 버나드 쇼의 말이 새겨져 있다.
- 엘리 브로드가 2008년 자신이 500만달러를 기부해 세운 미국 LA 현대미술관(Broad Contemporary Art Museum)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블룸버그
16억달러에 이르는 그의 미술품 컬렉션도 한때 비이성적인 예술가로 여겨졌다가 지금은 세상의 주류가 된 작가들의 작품으로 이뤄져 있다. 누가 그에게 왜 예술을 사랑하느냐고 물었더니 "문명은 사업가나 은행가, 법률가로 기억되지 않는다. 예술가로 기억된다"고 답했다.
1984년에 세운 '브로드 미술 재단(The Broad Art Foundation)'은 485곳의 전 세계 미술관에 7800여점의 작품을 빌려주고 있다. 그는 LA 번화가인 그랜드 애비뉴에 미술관을 짓고 있는데, 이 건물이 완공되면 그의 소장품과 더불어 LA시에 기증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지금까지 예술·과학·교육 관련 각종 단체와 학교에 6억달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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