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3월 1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요세미티 국립공원 결혼식장. 웨딩마치 대신 풍경, 목탁 소리와 향연이 은은하게 퍼지는 가운데 신랑 스티브와 신부 로렌 파월이 혼인서약을 했다. 신랑 신부의 성(姓)은 잡스. 주례는 선불교 선사인 일본인 오토가와 고분이었다.
스티브 잡스는 히피 생활을 하던 1975년 샌프란시스코 인근 하이쿠 선원의 `선(禪)` 수행 지도자인 고분 선사와 만났고 2002년 선사가 사망할 때까지 영적 스승으로 모셨다. 고분은 당시 선불교 승려가 되려던 잡스에게 "사업과 구도(求道)는 본질적으로 같다"고 말해 애플 창업을 결심하게 했다.
잡스뿐 아니라 많은 히피들이 일본 선불교에 빠져들었다. 애플에서 쫓겨난 잡스를 재기하게 해 준 훗날의 픽사를 조지 루카스가 시세의 3분의 1 가격에 넘겨준 것도 `선`에 대한 공통의 관심이 계기였다. 손가락 하나만으로 작동되는 아이팟, 아이폰의 심플하고 직관적인 디자인 콘셉트는 잡스가 평생 수행해 온 선불교적 명상과 직지(直指) 사상의 영향이라는 분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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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오른쪽)와 로렌 파월의 결혼식. 왼쪽이 주례를 맡은 일본인 오토가와 고분 선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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