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만원 자전거에 전문 장비 갖춘 라이더 급증
연평균 15% 성장…시장규모 1500억원 수준
웰빙 트렌드와 함께 분 자전거 열풍이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주변에서 헬멧을 쓰고 자전거로 출근하거나 주말에 무리를 지어 자전거 라이딩을 즐기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장비도 일반 자전거에서 탈피, 프리미엄 자전거인 산악자전거(MTB)나 로드 사이클로 고급화되고 있다.
소득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고급 자전거 시장은 2000년대 중반부터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시장 규모가 2010년 기준 1500억원에 육박한다.
국내에서 대세로 떠오르고 있는 프리미엄 자전거를 살펴봤다.
- 자전거 이용자 중 많은 사람들이 동호회 활동을 하거나 각종 자전거 대회에 참가하면서 자전거 라이딩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지난 5월 개최된 삼천리자전거배 전국산악자전거대회에는 약 1800여명의 선수가 출전했다. / 삼천리자전거 제공
산악 라이딩에 빠진 회사원 장모씨는 최근 자전거를 360만원짜리 풀샥 MTB(앞뒤에 모두 서스펜션이 있는 자전거)로 업그레이드했다. 기존 하드테일 MTB(서스펜션이 앞에만 있는 자전거)로는 산악 라이딩의 묘미를 느끼기엔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이것도 동호회 내에서는 저렴한 편이다. 그와 함께 산악 라이딩을 즐기는 동호회 회원들은 대부분 500만~600만원 정도의 자전거를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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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암사동에 사는 김모씨는 얼마 전 첫 ‘자출(자전거로 출퇴근하기)’에 성공했다. 직장이 서울 여의도에 있어 한강 둔치의 자전거 도로를 이용해 사고 위험성은 거의 없다. 그는 ‘자출’을 위해 얇은 휠과 속도감이 강점인 300만원대 로드 사이클을 구입했다. 회사까지 1시간30분가량 걸려 평소보다 일찍 집을 나서는 게 힘들었지만, 그러한 기분도 잠시 상쾌한 바람을 맞으며 운동을 하니 몸도 마음도 가벼워진 느낌이다. 최근 김씨의 회사에는 200만~300만원대의 로드 사이클을 구매해 ‘자출’하는 동료들이 하나 둘 생기고 있다.
프리미엄 자전거 시장은 2000년대 중반부터 호황이다. ‘웰빙’을 찾는 트렌드와 레저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일면서 관련 시장이 급성장한 것. 프리미엄 자전거 ‘첼로’를 판매 중인 참좋은레져에 따르면, 2003년 2만2000대 수준이던 고급 자전거 시장 규모는 2010년 약 15만대로 연평균 30% 가량 성장했다. 금액 기준으로 2003년 82억원에서 2010년 약 1500억원 수준으로 증가했다. 참좋은레져는 국내 프리미엄 자전거 수요에 발맞춰 이탈리아 고급 자전거 브랜드인 콜나고를 수입해 판매하고 있다.
프리미엄 자전거를 생산하고 있는 스페셜라이즈드 측은 “2000년 중후반 자전거 붐이 일어 자전거 판매수가 급증했을 때만큼은 아니지만, 기존 자전거 부품을 교체하거나 기기를 변경하는 사람들로 인해 자전거 시장은 계속 성장 중”이라고 설명했다.
삼천리자전거 관계자는 “자전거 시장 규모를 산출할 때 부품 판매, 의류 판매 등 관련 부품 판매가 모두 포함된다”며 “최근 트렌드를 보면 스틸 소재보다는 알루미늄 소재를 더 선호하는데 자전거업계의 매출이 계속 증가하는 것은 저가에서 중고가로 소비자들이 좀더 고급 소재의 자전거를 찾는 추세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제는 소비자들이 생활 자전거에서 벗어나 프리미엄 자전거와 장비를 갖추고 전문적으로 라이딩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한국 자전거 시장의 가능성을 보고 국내에 법인을 내는 외국 자전거 기업들이 속속들이 생겨나고 있다는 점도 이를 입증한다. 미국의 빅3 프리미엄 자전거 브랜드인 스페셜라이즈드, 트렉, 스캇 외에도 대만의 자이언트, 독일의 스톡 등 해외 고급 자전거 브랜드들이 최근 2~3년 사이 국내에 법인을 설립한 바 있다. 이들 업체는 자전거 대회, 각종 이벤트를 개최하는 등 국내 프리미엄 자전거 고객에게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스페셜라이즈드코리아는 코어 마케팅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의류 브랜드와 손잡고 스페셜라이즈드 자전거를 홍보하거나, 에너지 드링크 업체와 손잡고 이벤트를 진행하는 것. 소비자들과 친숙한 브랜드를 통해 홍보 효과를 누리고 있다. 국내에서는 참좋은레져를 계열사로 거느린 삼천리자전거가 적극적이다. 삼천리자전거는 매년 무주 삼천리배 산악자전거 대회를 열어 자전거 마니아들을 열띤 경쟁의 장으로 초대한다.
- 자전거가 고급화되는 만큼 자전거 문화와 의식도 고급화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때 수입 자전거의 가격에 거품이 있다는 말이 많았다. 부르는 게 값이었던 시기도 있었지만, 지금은 거의 불가능하다. 예전에는 수입하는 부품, 완성차의 원가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수입 자전거 브랜드의 정가가 공개되고 있다. 일본에서 200만원에 판매되는 자전거가 국내에서 400만원에 판매된다면 소비자들이 모를 수 없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들은 “시마노, 스램 등 자전거 부품 관련 회사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등급별로 가격이 다 공개돼 있다”며 “예전에는 소비자가 자전거 부품을 다 따로 구매해 조립하면 완성차를 구입하는 것보다 값이 쌌지만, 지금은 그렇게 해도 완성차와 큰 가격차가 나지 않기 때문에 완성차를 사는 것이 더 이익”이라고 설명했다. 조립해주는 정비사에게 지불하는 공임비를 고려하면 남는 장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한 대에 1000만원 이상을 호가하는 자전거, 이러한 고급 자전거에는 그만한 가치가 있을까. 비밀은 부품에 있다. 일반적으로 자전거 수입사는 해당 자전거의 프레임만을 자체 생산하는 경우가 많다. 그 외 부품은 유명한 일본 시마노, 미국 스램, 이탈리아 캄파놀로에서 수입해 생산한다. 프레임이 자전거 가격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카본 소재의 프레임은 100% 수작업으로 생산돼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다. 스톡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프레임 수준에 그 외 제품들의 수준을 맞추면 보통 자전거의 가격은 프레임 가격의 2배 정도가 된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400만원대의 프레임이 장착돼 있다면 완성차의 가격은 800만원대가 되는 식이다. 물론 400만원대의 프레임에 더 낮은 급의 부품을 장착할 수도 있다.
자전거의 급이 높아지면서 우리나라 자전거 문화도 그만큼 고급화됐을까.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노’라고 입을 모았다. 자전거 문화가 선진화된 유럽이나 일본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자전거 교육을 받는다고 한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만 교육을 받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교육을 받기 때문에 보행자 문화도 잘 정착돼 있다.
하지만 자전거 문화가 급성장한 한국에는 아직 이렇다 할 자전거 교육이 없는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자전거는 자동차 도로에서 타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자전거는 교통법상 자동차로 분류되기 때문에 자전거 도로가 없을 경우 도로를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도 도로에서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에게 차로 위협을 가하거나 욕을 퍼붓는 사람들이 많다. 일본이나 유럽에서는 자동차 운전자가 자전거 이용자에게 위협을 가하거나 클랙슨을 울리는 일이 거의 없다. 전문가들은 자전거 이용자들도 자전거 수신호를 사용하는 등 자전거를 올바르게 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자전거가 고급화되는 만큼 사람들의 자전거 문화, 의식도 고급화돼야 한다는 것이다.
Tip | 안전하게 라이딩 하기
자전거 수신호 바로 알기
수신호 예시
좌회전과 우회전
•왼팔을 수평으로 뻗어 손가락으로 왼쪽을 가리키면 좌회전. 오픈팔을 뻗어 손가락으로 오른쪽을 가리키면 우회전이다. 왼팔만을 이용해 좌회전과 우회전을 표현하는 경우, 왼팔을 왼쪽으로 뻗어 손가락으로 왼쪽 방향을 가리키면 좌회전 신호다. 왼쪽 방향으로 팔을 뻗은 다음 수직으로 팔을 올려 직각 형태를 만들면 우회전 신호가 된다.
정지
•팔을 옆으로 수평으로 뻗은 후 뒷사람에게 손등이 보이게 한 다음, 손을 수직으로 올려 직각 형태를 만들면 된다.
서행
•속도를 줄일 때는 손바닥을 아래로 향하게 한 후 아래 위로 흔들면 된다. 전방에 장애물이 있거나 신호로 인해 멈춰야 할 상황이라면 정지 수신호를 사용해야 한다.
대형 변경
•여럿이서 자전거를 타는 경우 맨 앞 사람이 손가락 한 개를 표시하면 한 줄로 대형을 만들고, 두 개를 표시하면 두 줄로 대형을 만들라는 뜻이다.
- 헬멧, 장갑 등 보호 장구를 착용한다.
- 자전거에 전조등, 후미등을 장착한다.
- 라이딩 시 속도에 집착하지 않는다. 사고 날 위험이 크다.
- 라이딩 중에는 노면과 주위를 잘 살핀다.
- 눈에 잘 띄는 옷을 입는다.
- 주기적으로 자전거를 정비한다.
- 차도를 이용할 경우, 가급적 수신호를 활용한다.
자전거에 대한 잘못된 상식 5선
아니다. 인체공학적으로 설계된 자전거는 이용자의 몸에 부담이 덜하며, 피팅 서비스를 통해 자신의 몸에 꼭 맞게 설계한 후 자전거를 타면 된다. 또 사이클 웨어를 입고 라이딩하는 것이 건강에 좋다. 사이클 하의에는 패드가 장착돼 있어 장시간의 라이딩에도 무리가 없다.
2. 자전거를 타면 다리가 굵어진다?
사실 이 말이 아주 틀린 것은 아니다. 프로 경륜선수들이 다른 운동선수들보다 허벅지가 굵은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단지 선수일 경우에만 해당하는 말. 생활 속에서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일반인들은 자전거 타는 일 자체로 하체가 심하게 굵어지지는 않는다. 전문적으로 운동하는 선수가 아닌 일반인들은 다리가 굵어질 염려를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아예 자전거를 안탈 때보다는 조금 더 굵어질 수는 있으나 운동법에 따라 색다른 결과가 나온다고 한다.
근육에는 순간적으로 강한 힘을 내는 속근과 장기간 동안 힘을 내는 지근이 있다. 그리고 이 지근은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하기 때문에 지근을 발달시키면 지방이 연소하고, 속근을 발달시키면 근육이 커진다. 자전거를 탈 때도 지근을 발달시키면 오히려 다리가 더 얇아지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기어를 올려서 페달을 무겁게 라이딩을 하면 속근이 발달해 다리가 굵어지지만 반대로 기어를 내려서 페달을 가볍게 하면 지근이 발달해 지방이 연소하고 다리가 얇아진다.
3. 자전거를 타면 엉덩이가 퍼진다?
많은 사람들이 얇고 딱딱한 자전거 안장에 오랜 기간 앉아 있으면 엉덩이가 펑퍼짐해질 거라고 생각한다. 사실은 그렇지 않다. 흔히 말하는 예쁜 엉덩이란 엉덩이 근육이 발달해 힙 업된 엉덩이를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힙 업을 위해 하는 운동이 바로 대둔근(엉덩이 근육)을 발달시키는 운동인데, 대둔근이 발달하면 탄력 있고 업된 엉덩이를 만들 수 있다.
자전거 타기는 발로 페달을 아래로 누르는 동작을 많이 하는데 여기서 사용하는 근육이 엉덩이 근육과 허벅지 근육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전거 타기는 대둔근을 발달시키기에 더없이 좋은 운동인 것. 자전거 타기가 대둔근을 발달시킨다는 말은 경륜선수들의 업된 힙을 보면 알 수 있다. 고로 자전거를 많이 타면 오히려 엉덩이가 더 예뻐진다.
4. 자전거를 많이 타면 전립선 기능에 문제가 있다?
안장과 엉덩이 사이에서 오는 마찰이나 안장이 딱딱해서 오는 통증 때문에 이런 오해를 하게 된다. 하지만 이는 자전거 타기가 숙달되지 않아 사용할 근육이 단련되지 않고, 자세가 올바르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남성들에게 자전거 타기가 전립선 기능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한다. 대표적인 하체 운동인 자전거 타기는 남성호르몬 분비를 더 원활하게 해 전립선 기능을 발달시킨다. 하지만 선수들과 같이 장시간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에게는 전립선에 문제가 올 수 있다는 연구가 나온 바 있다. 이에 대한 예방책으로는 전립선 안장을 사용해 전립선 기능 감퇴를 예방하는 것이다. 그러나 일상생활 속에서 자전거를 즐기는 일반인들은 이런 이유로 전립선 기능이 감퇴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한다.
5. 로드 바이크는 타이어가 얇아 더 위험하다?
얇은 로드 바이크 타이어를 보고 안정적이지 못하다거나 더 위험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으나 포장된 노면 위라면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비포장용인 산악용 자전거 타이어가 노면과 실제로 닿는 부분이 적어 위험할 수 있다.
/ 이코노미조선
백예리 기자